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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s - 2000

"정상현", 전시도록, pp. 4~5, 갤러리 아트사이드,서울, 2000

명상을 통한 사유의 굴절

최병식 / 미술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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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over>

<English>

<Korean>

  삶과 우주에 대한 명상을 통한 조형언어를 즐겨하는 정상현의 작업은 평소 그의 심성과도 긴밀한 심지가 연결되어있다. 바다의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고래의 모습으로 비유된 이번 몇 점의 작업에서는 간결하게 자신의 체험을 담아내고 있다. 그가 평소 끊임없이 간직해오던 삶의 실마리에 대한 사유들이나 현대인들이 소외적 존재에 대한 물음이 내재된  이번 작업의 전반적인 시리즈는 조용한 항해의 심상적인 창문들이다.
  마치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지르면서 푸른 심해를 헤엄쳐가는 고래의 운명처럼 고독한 여행을 거듭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관류(貫流)로부터 비롯되어지는 이번 작업은 여명이나 은하수, 저녁 노을, 아침 노을, 무지개, 새의 노래, 깊고 푸른 밤, 고요한 항해 등의 부제를 단 명상시리즈로 이어지는 간결한 침묵이 있다.
 그의 침묵은 평소 자신의 성품에서도 읽을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지만 스미면서 배어나는 사물과 현상들에 경외감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긴장감이다. 호흡이 멈춰진 긴장감에서 이어지는 그이 생셩과 소멸, 마치 만다라(曼茶羅)의 작은 단편들과 같은 코스모스의 조형언어들에서 보여주는 명상적인 형태와 색채의 울림들은 마치 한편의 동시와도 같은 천진한 그의 숨결을 반영하고 있는 추상언어의 한 단면들이다.
  그가 동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었던 기억은 부친인 정은영과 할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되어지지만 그들 선친들이 나비나 학, 백로 등을 자신들의 성품이 반영된 심미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정상현은 자신의 삶을 은유하는 보다 직접적인 의미를 지니는 동물로서의 고래나 새 등을 선택하고 있다. 즉 그의 동물은 유미적인 관조의 대상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통한 체현(體現)과 이 시대의 인간들이 갖는 자화상을 반영한 동물로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기법적으로는 동양적인 안료를 사용하여 정적이고도 정제된 질료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이 관점이나 조형성은 작업에서 보다시피 동서양의 복합적인 시각을 수용하고 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의 관류를 통해 떠오르는 관념적인 형상의 잔영처럼 보이는 어떤 형체들이 추상화되어진 듯한 그의 이번 작업은 첫 발료이기는 하지만 독자적인 방법론을 분명히 하는 신선감이 있어서 긍정적이다.
  작업은 크게 고래시리즈와 새, 여명과 무지개, 은하수, 아침 노을, 저녁 노을, 여명 등의 추상성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새들의 경우는 인간의 모습으로 상징화된 화석의 의미를 지니면서 작가가 말하려는 소멸과 삶의 관계를 일루전(
illusion)적으로 언급하려는 의도가 스며있는 듯하다.
  허상적인 의미로서의 현대인들이 갖는 소멸감과 도시사회에서의 소외, 그것으로부터 오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꿈과 좌절 등 그러한 요소들이 갖는 설정에 기초한 작업으로 보이며,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굴절되어 보이는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바다속 고래의 이미지는 물론 다른 사물의 표현에서도 굴절이 갖는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강인한 인상으로 와닿는 독행(獨行)의 한 단면이다.
  명상을 통한 굴절. 그것은 이번 정상현이 보여주려는 가장 핵심적인 이미지의 변신이며, 만다라이다. 그리고 그의 만다라는 마치 우리 선조들이 무심(無心)으로 만들었던 보자기의 색채나 구성을 연상케 하는 도형으로서의 자기언어가 있다.
  이같은 세계관이 갖는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도출되어지는 것은 바로 도형적인 언어와 소멸해 버린 듯한 정제된 언어체계,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굴절이 갖는 작가의 통시적인 입장과 함께 어느 정도 작가의 체현적인 소산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작업으로서의 굴절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철학으로서의 탄탄한 사유과정이 지속적이고 절실한 형태로 요구된다.
  부친 정은영선생이 보여준 청렴의 성품을 상당히 이어받은 그의 작업이 보여주는 청정함에서 기대가 적지 않지만 더불어서 우리의 전통적인 유산이자 그 자신으 유산이기조한 자연과 우주에 대한 끝없는 세계관의 여정이 어떻게 후기산업사회에 접목되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더불어서 그 현대적 구현을 위한 실천이 얼마만큼 가능한 것인지,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 가야하는 우리시대의 작가들이 처한 공동의 문제를 그이 내밀한 과정을 통한 접근으로서 얼마만큼 가능할 것인지, 그의 고래에서 느껴지는 무한 여행만큼이나 가능성과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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